이전에 있었던 '기하와 벡터' 과목이 2015 교육과정에서는 '기하'로 과목명이 변경되었다. 과목명 변경과 더불어 '대학수학능력평가' 중 수리영역에 편성되는 과목 또한 약간 조정이 되었다. 2021학년도 수능 때는 기하 과목 자체가 빠졌고, 이후로는 기하 과목 응시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자신이 필요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수시를 위해 내신 및 생기부를 열심히 챙기지만, 그들 대부분이 수능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21학년도 이전까지의 수능에서 '기하와 벡터' 과목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가 많았고, 이는 '기하' 과목이 2021학년도 수능에서 빠짐과 함께 소위 말하는 '버리는 과목'으로 전략하게 된다. 심지어 2003년생부터 진로선택과목의 평가는 9등급제 상대평가가 아닌 ABC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진로선택과목 수업을 소홀히 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데, '기하' 또한 진로선택과목이며 예외가 되지 않았다. 필자는 이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1
현재 문·이과 통합을 추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문·이과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추진하며 대입에 여러 정책을 세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탐구과목 선택에 대하여 보면 사회 및 과학 탐구 과목의 선택을 할 때, 사회 탐구 과목에서 두 개 또는 과학 탐구 과목에서 두 개로 각 영역의 과목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관계없이 사회, 과학 각각 하나씩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 별로 응시 과목을 지정하여 이러한 정책이 딱히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크게 문제라고 말하긴 어렵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통합 과정에서 학생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능의 국어 및 수학 영역에서도 과목을 선택하여 응시한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세 과목 중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이공계열 학과 진학에 초점을 둔 대부분의 학생은 아마 '미적분' 또는 '기하' 중에서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 이는 상당히 좋지 않은 결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는 동일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이공계 학생에게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세 교과는 모두 중요하다. 특히 '미적분'과 '기하'는 많은 부분이 서로 연관되어 있어 서로의 개념을 명확하게 해준다. 특히 '기하'의 벡터는 '미적분'과 상당히 관계가 깊다. 그러나 이 세 과목 중 하나만을 수능에서 택하여 보게 된다면 택하지 않은 나머지 두 과목이 취약하게 될 것이다. 물론 나중에 학습하여 취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능 응시 이후 대학에 입학하기 전 몇 달 정도로는 보완을 하는데 쉽지가 않다. 심지어 수능 이후에 할 일이 여럿 생기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힘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각자가 이수한 교과목이 다르면 각 과목 별로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가 커질 것이고, 이는 대학에서 수학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이공계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세 과목을 전부 수능의 수학 영역에 포함시키던지, 내신에서 세 과목 전부 충분히 이수하였음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던지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교육부에서 빨리 방안을 찾아주시길 바랄 뿐이다. 2
필자의 생각에 수능에서 수학 영역을 응시하는 이공계열 학생 다수는 아마도 '미적분'을 택할 것이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이전의 '기하'에서 출제된 문제가 어렵다고 느끼는 수험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하'를 듣는 학생이 줄어들 것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기하' 수업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기하'를 배우고 싶거나 개념을 약간이라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기하와 벡터> 시리즈를 연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이 있는 곳에는 기하학이 있다.
-케플러